로마인들의 엔지니어링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1900년 전 건축물, 판테온(Pantheon).

이 건물은 현재 로마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그리파

 


먼저 판테온은 로마의 초대황제 어거스투스의 절친이자 유능한 장군이었던 마르쿠스 아그리파(Marcus Agrippa)가

BCE 20년경에 완공되었는데 CE 110년경 로마의 큰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어 PAX ROMANA를 이끈 5현제 시기인

CE 114년 트라야누스(Trajan) 황제가 만들기 시작, 그 후대인 하드리아누스(Hadrian) 황제때인 120년대에 완공된 신전이다.


 

판테온의 전면 사진


이 사진에선 두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가운데 세겨져있는 로마문자이다. 우리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로마문자가 위에 각인되어 있다.

제일 왼쪽엔 M.AGRIPPA라고 쓰여 있는데,

그 부분만큼은 아까 말한대로 M(ARCUS) AGRIPPA 장군이 처음 만들어서 그 이름을 세겨놓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근데 그 이후에 나오는 문자들은 뭘 뜻하는 것일까?

 

 

M.AGRIPPA.L.F.COS.TERTIVM.FECIT

 

 

여기서 약자로 되어있는 부분을 풀어써보면 M(ARCVS) AGRIPPA L(VCIL) F(ILIVS) CO(N)S(VL) TERTIVM FECIT 이다.

라틴어를 해석해보면, 
lucil은 아그리파 아버지의 이름 filius는 아들, consul은 집정관 tertium은 3번째, fecit은 만들었다라는 뜻이므로, "LVCIL의 아들 M. AGRIPPA가 세번째로 집정관을 하던 때 만들었다"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한 피스로 된 기둥을 볼 수 있는데, 저런 그리스/로마 양식의 기둥들은

원래 여러 원통들을 쌓아올려서 만드는 형식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저렇게 큰 기둥이 하나로 되어있으면 만들고 옮기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들기 때문.
기원전 430년경 완공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 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이다.

역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 기둥들을 자세히보면 대략 10개정도의 작은 원통들이 쌓아져서

하나의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판테온


판테온을 약간 옆에서 본 모습. 기둥들은 총 12개가 있다.

하지만 판테온의 기둥은 저런식으로 원통을 쌓은 게 아니라 한피스로 되어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2500 마일이상 떨어져있는 이집트 남부의 Mont Claudianus라는 채석장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저 기둥 하나의 길이는 대략 12미터, 무게는 100톤에 이른다고 한다.

 

 

 

남부 이집트의 채석장 유적

 


이집트의 Mont Claudius는 뛰어난 품질의 Egyption grey granite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최고의 품질을 가진 석재를 사용하기 위해 이 먼곳에서부터 가지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채석장 유적에서 최근 발견된 파피루스에 적힌 기록들을 보면,

각종 음식과 물을 요구하고 일꾼들에게 제공하던 기록들이 나온다.

그 중 하나를 보면 917명의 인부들에게 물을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둥을 채석하고 운반하기 위해 동원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일꾼들은 100톤짜리 저 기둥들을 100마일 이상 떨어진 나일강까지 운송, 나일강에선 바지선을 통해 운반, 알렉산드리아까지 가서 다시 화물선에 옮겨 로마 옆 항구도시인 오스티아(Ostia)까지 운반, 다시 거기서 바지선으로 티버강 따라 로마에 수송한 것이다.
로마제국 내 발달된 운송 네트워크와 고대시대 이런 건축/자제조달을 할 수 있다는 로마의 발전된 기술력의 산물인 셈.

 

 


판테온이 유명한 이유는 사실 이것보단 거대한 돔 구조에 있다.

 

 

 

판테온의 내부 구조
판테온의 천장


거의 완벽한 구형을 이룬 돔구조로 되어있다. 가장 위엔 환기를 위한 구멍이 뚫려있는게 특징이다.
이 돔구조는 아래 그림처럼 지름 43.3m의 구를 완전히 채울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만든지 1900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안전할 정도로 뛰어난 당시 로마의 콘크리트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판테온은 인류가 만든 가장 큰 돔형 건축물이라는 기록을 20세기 중반까지도 보유하고 있다가,

1958년에 비로소 프랑스 파리에 Center of New Industries and Technologies 건물이 지어지며 넘겨지게 된다.

즉, 현대기술에 필적할 정도의 수준을 이미 고대시대에 보유하고 있었단 이야기.

이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로마제국의 기술력이 결국 중세암흑시대를 거치며 완전히 상실,

산업시대에나 재발견되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잊혀지지않고 이어졌다면 현재의 기술력은 얼마나 발전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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